이 글 요약: 후방십자인대 재건술(PCL 재건술) 5일차에 퇴원해 집에서 보낸 수술 0주차의 기록입니다. 집에서 시작한 쿼드셋·레그레이즈 재활 운동, 허리 통증, 육아와 간병을 동시에 감당한 아내, 화장실·샤워 같은 일상의 어려움까지 있는 그대로 담았습니다.
6월 1일, 후방십자인대 완전파열로 결국 PCL 재건술(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자체는 무사히 끝났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수술이 끝났다고 해서 힘든 시간까지 끝난 건 결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수술 후 집으로 돌아온 그 순간부터, 진짜 재활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후방십자인대 재건술 5일차, 퇴원하다
수술 후 며칠간 병원에서 지내다가 6월 5일, 수술 5일차에 퇴원했습니다. 집에 간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병원에서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수시로 상태를 확인해주고, 필요한 처치도 바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은 달랐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직접 움직여야 했고, 동시에 재건한 무릎을 보호하면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PCL 재건술 직후에는 무릎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보조기를 착용한 채 목발에 의지해야 했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부터 화장실에 가는 것까지 모든 동작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습니다. 평소라면 아무 생각 없이 하던 일들이, 하나하나 과제가 되어버렸습니다.
퇴원 후 시작한 PCL 재활 운동 (쿼드셋·발목 펌핑)

퇴원하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재활 운동도 안내받았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쿼드셋(대퇴사두근 등척성 운동), 발가락·발목 펌핑 운동, 레그레이즈(다리 들어올리기)였습니다.
수술 직후에는 무릎 주변 근육이 빠르게 약해질 수 있어서, 가능한 범위 안에서 근육을 활성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도 열심히 해보려 했습니다. 쿼드셋은 누워서 무릎을 편 채 허벅지에 힘을 주는 비교적 간단한 운동이라 틈틈이 따라 했고, 발가락과 발목을 움직이는 펌핑 운동도 자주 했습니다.
문제는 허리였습니다.
레그레이즈, 허리 통증에 막히다
레그레이즈를 하려고 하면 허리 통증이 상당했습니다. 수술한 다리를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허리와 골반에도 힘이 잔뜩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무릎은 수술한 상태라 움직임이 제한되는데 허리까지 아프다 보니, 계획했던 만큼 운동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집에 가면 재활 운동 열심히 해야지.’ 수술 전에는 그렇게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퇴원하고 나니 몸이 생각대로 따라주질 않았습니다. 재활은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지금 몸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재건한 조직을 보호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첫날부터 몸으로 배웠습니다.
육아와 간병을 동시에 감당한 아내

퇴원 후 가장 미안했던 사람은 아내였습니다. 당시 집에는 어린 아기가 있었습니다. 아내는 육아를 하는 동시에, 수술한 남편까지 돌봐야 했습니다.
아기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제가 움직이질 못하니 할 일이 계속 생겼습니다. 얼음찜질을 하려면 얼음팩을 준비해줘야 했고, 끼니때가 되면 식사를 가져다줘야 했습니다. 물 한 잔 마시는 것도, 필요한 물건을 집는 것도 아내에게 부탁해야 했습니다. 육아와 남편 간병을 동시에 감당하는 아내를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저 하나 수술한 일로 아내의 일상까지 완전히 뒤바뀐 것 같아 미안함이 컸습니다.
다행히 부모님께서 오셔서 함께 돌봐주셨습니다. 부모님이 계신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습니다. 그래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 시기엔 가족 모두가 함께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수술 후 가장 힘들었던 것, 의외로 화장실이었다
PCL 재건술 후 집에서 지내며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일 중 하나는, 의외로 대변을 보는 일이었습니다.
사소하게 들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무릎을 구부릴 수 없는 상황에서는 변기에 앉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오른쪽 다리를 제대로 구부릴 수 없으니 다리를 편 채로 볼일을 봐야 했는데, 그 발을 어디에 둬야 할지가 또 문제였습니다. 결국 발뒤꿈치를 받칠 곳을 만들어 변기에 앉아 해결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그때는 정말 진지한 고민이었습니다.
더 힘든 건 배에 힘을 제대로 줄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힘을 주면 그 힘이 수술한 다리까지 전해져 무릎 주변이 아팠습니다. 그렇다고 무리할 수도 없어, 화장실에서 한참을 씨름했습니다. 수술 전엔 너무 당연하던 일이었는데, 이제는 걷는 것, 앉는 것, 일어나는 것, 화장실 가는 것 하나하나가 전부 재활이 되어 있었습니다.
2~3일에 한 번씩, 드레싱을 받으러 병원으로

퇴원했다고 병원에 갈 일이 끝난 건 아니었습니다. 수술 후에는 2~3일에 한 번씩 병원에 들러 드레싱(소독)을 받아야 했습니다.
관절경을 이용한 PCL 재건술이었지만 피부 절개 부위가 있었고, 감염을 막으려면 꾸준히 소독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쉬다가도 정해진 날이 되면 다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목발을 짚고 보조기를 찬 채 병원에 가는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차에 타고 내리는 것부터 병원 안에서 이동하는 것까지 평소보다 몇 배는 조심스러웠습니다. 병원 한 번 다녀오면 그것만으로도 진이 빠졌습니다.
수술 후 샤워 15일 금지, 예상보다 큰 스트레스
또 하나 힘들었던 건 샤워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술 부위 때문에 약 15일 동안 샤워가 금지됐습니다.
처음엔 ’15일쯤이야 어떻게든 버티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지내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결국 샤워티슈를 사서 몸을 닦으며 버텼는데, 이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몸을 닦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혼자 손이 닿지 않는 부위는 결국 아내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닦아주는 아내에게 고마우면서도 동시에 무척 미안했습니다. 평소엔 혼자 아무렇지 않게 하던 샤워를 남의 손을 빌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씻지 못하는 찝찝함이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수술 0주차, 재활의 진짜 시작
6월 5일부터 6월 8일까지. 아직 수술 0주차였습니다. 무릎의 회복 정도를 논하기엔 너무 이른 시기. 걷는 것도 쉽지 않았고, 무릎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없었으며, 재활 운동도 계획만큼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때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PCL 재건술은 수술이 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 수술은 후방십자인대를 다시 만들어주는 과정일 뿐, 그 뒤로는 보호와 재활을 통해 무릎의 기능을 다시 세워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재활은 병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집에서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재활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얼음찜질을 하는 것, 보조기를 제대로 착용하는 것, 목발을 쓰는 것, 정해진 운동을 하는 것, 무릎을 보호하며 생활하는 것까지. 그 모두가 회복 과정이었습니다.
돌아보면, 가장 힘들었던 건 무릎만이 아니었다
수술 0주차를 지금 다시 돌아보면, 무릎 통증만 기억에 남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일상을 혼자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이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화장실 가는 것도, 샤워도, 식사도, 얼음찜질도, 병원에 가는 것조차 가족의 손을 빌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서 아내는 아기를 돌보며 저까지 챙겼습니다. 부모님까지 오셔서 도와주셨지만, 모두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술 후 첫 일주일은 단순히 ‘무릎을 치료하는 기간’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버텨낸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6월 8일. 아직 수술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앞으로 무릎이 얼마나 굽혀질지, 언제 목발을 뗄 수 있을지, 언제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을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정해진 것들을 지키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조기 착용. 목발 사용. 얼음찜질. 상처 관리. 기본 재활 운동. 그리고 무엇보다, 조급해하지 않는 것. 후방십자인대 완전파열로 PCL 재건술을 받은 만큼, 빨리 회복하는 것보다 재건된 인대를 보호하며 제대로 회복하는 것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수술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진짜 재활은 이제부터였습니다. PCL 재건술 수술 후 0주차. 아직 갈 길은 멀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습니다. 앞으로 몇 주 동안, 무릎 각도 1도를 늘리는 것조차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될 줄은.
다음 이야기
다음 글에서는 수술 1주차, 집에서 진행한 초기 PCL 재활과 무릎 굴곡을 조금씩 회복해가는 과정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다음 글: 후방십자인대 재건술 1주차 재활일기 | PCL 완전파열 재활일기 6)
※ 본 글은 개인의 수술·재활 경험을 정리한 것으로,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재활 방법과 회복 속도는 개인·수술 방식에 따라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사·물리치료사와 상의하여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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